2008년 12월 10일 19:30
- 충남대학교 정심화홀
- 서울 심포니 오케스트라 (지휘: 이진권)
- 해설자 장일범
- PROGRAM
♬ M. Glinka/ Overture to "Ruslan and Lyudmila"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
♬ 김희조 편곡/ 가야금 산조
가야금 박현숙, 장단 김준모
♬ J. Brahms/ Hungarian dance No. 5 (헝가리 무곡 5번)
♬ C. Saint-Saëns/ Le Carnaval des Animaux (동물의 사육제) 중 1,3,7,9,12,13,14 곡
피아노 은여인/노경아
------ Intermission -------
♬ G. Bizet/ Carmen Suite no. 1 VI Les Toreadors ('카르멘' 모음곡 제1번 제6곡 "투우사")
♬ 김효근/ 눈 Sop. 박영자
♬ G. Puccini/ "Vissi d'arte, vissi d'amore" from opera 'Tosca'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Sop. 박영자
♬ 이수인/ 고향의 노래 Ten. 김종호
♬ J. Massenet/ "Pourquoi me reveiller" from opera 'Werther' ("왜 내 잠을 깨우는가") Ten. 김종호
♬ G. Verdi/ "Brindisi" from opera 'La Traviata' ("축배의 노래") Sop. 박영자, Ten. 김종호
♬ P. Tchaikovsky/ Symphony No. 4 in f minor, op. 36 4th mov. (교향곡 4번 바단조 제4악장 Allegro con fuoco)
연구실 선배가 표를 줘서 보러가게 된 공연. 대중적인 레퍼토리에 출연진들도 유명한 사람들은 아니라서 큰 기대는 하지 않고 갔다. 그래도 오케스트라는 나름 '서울' 심포니 오케스트라고 팜플렛을 보니까 프로필도 화려하길래
(90년부터 매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 초청되어 간다잖아!) 기대를 했건만 정말 실망이 컸다. 흑.
일단 첫 곡을 들어갔는데 이건 뭐 우장창창창... 프로 오케스트라 중에서 이렇게 기본 박자에 호흡도 안 맞는 곳은 처음 봤다. 어떻게 프로가 이렇게 박자가 무너지냐고! 첫 곡이라서 그런가 했었는데 뒤에 곡도 그랬고 끝날 때까지도 내내 그랬다. 가만 보니까 일단 지휘자가 영 아닌 것 같다. 지휘자가 지휘 폼이 좀 이상한게 박자를 정말 애매하게 찝어준다. 이러니 단원들이 제대로 들어올 수가 있나. 자기들끼리 별다른 변박없이 가는 부분들은 무리없이 가는데 다른 파트가 끼어 들어온다거나(특히 관!) 박자가 바뀐다거나 멈춘다거나 할때마다 말 그대로 우당탕탕탕.... 으. 괴로웠다.
위 문단에서도 썼지만 이 오케스트라의 가장 큰 문제는 지휘자인 것 같다. 일단 박자도 제대로 찍어서 전달을 못하고 곡 해석도 촌스러운데다가 지휘 폼까지도 정말 촌스러웠다. 정말 영 아니다. 오케스트라 중에선 바이올린이 그나마 제일 낫다. 바이올린 빼고는 현도 별로. 보통 프로 오케스트라 중에 현은 좀 괜찮지 않나? 여기는 비올라도 별로 첼로도 별로... 게다가 왜 조율을 안 하냐고! 어떤 곡인지 기억은 안나는데 곡 시작하고 비올라가 F로 들어오는 부분이 있었는데 음이 안 맞잖아. 곡 시작 전에 조율을 했어야지... 관은 말할 것도 없이 별로였다. 특히 금관. 뭐 금관이 좋은 오케스트라가 거의 없으니까 그렇다고 쳐. 목관도 참 별로였다. 계속 박자나 늘여먹고... 우장창창의 주된 원인이 금관과 목관이었다. 게다가 타악기까지도 별로였어! "눈" 같은 곡에서 소프라노는 정성을 다해 감정을 절제해서 노래를 하고 있는데 어째서 마림바는 거기서 그렇게 강하게 조심성 없이 나오는 것인지. 게다가 마지막 차이코프스키 곡에서 심벌즈로 엇박치는 부분에서 타악기가 박자를 말아먹으면 어쩌자는거냐... 하여간 이 오케스트라는 내가 본 프로 오케스트라 중에서 최하점을 줄 수 있을만 했다.
이건 음악이랑은 관계 없는 얘기인데 이 오케스트라처럼 여자가 많은 오케스트라는 처음 봤다. 보통 오케스트라 자체에 여자가 많긴 하지만 그대로 베이스나 관 쪽에는 남자가 꽤 있지 않나? 여기는 60명이 넘어보이는 오케스트라에 남자가 겨우 10명 정도? 1st violin에 하나, 비올라 하나, 첼로엔 없고, 베이스 하나, 그나마 금관이 있었기에 남자가 좀 있었지 금관 빼면 5명도 안 되겠더라. 되게 신기했다.
솔로 연주자들을 보면, 가야금 하시는 분과 장단 하시는 분은 좋았다. 좋았는데, 편곡이 정말 영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애당초 가야금이랑 오케스트라는 너무 안 어울리지 않나? 음계 자체가 다른데 서로 맞지도 않는 음계를 가지고 계속 자기 연주를 해 대는데 정말 괴로웠다. 그렇다고 이 오케스트라가 수준이 아주 높아서 거기 맞춰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박자가 엉망이니 장단도 제대로 못 살려주지, 가야금의 음계에 맞춰주지도 못하지. 가야금과 오케스트라가 서로 다른 음악을 각자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중간에 가야금 솔로와 장단만 나오는 부분은 참 좋았는데 오케스트라가 들어오면서 그 감흥을 깨버렸다.
동물의 사육제에는 두 대의 피아노가 나왔다. 피아노는 미스터치가 좀 많았다. 그래도 아르페지오 위주의 부드러운 음색으로 소리를 내는 부분의 처리는 꽤 좋았다. 터치가 부드럽고 참 좋은데 파워는 좀 부족한 것 같았다. 터치가 좀 더 정교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소프라노는 꽤 좋았다. 오늘 나온 사람 중 가장 괜찮았다. 일단 목소리가 참 좋으시더라. 표현력도 좋고 한국 가곡 부를 때 가사도 참 잘 씹으시고. 다만 아쉬웠던 건 성량의 문제. 소프라노 분도 절대 성량이 작진 않다. 아니, 오히려 큰 편이지. 하지만 어떻게 사람의 목소리가 60명이 넘는 오케스트라를 뚫고 나올 수 있을까. 특히나 마림바는 자기 멋대로 조심성없이 연주를 하고 금관도 빵빵 불어대는데. 마이크 처리라도 좀 해줬으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아쉬웠다. 목소리가 너무 묻히더라. 축배의 노래에서는 빠른 꾸밈음 부분의 처리가 약간 미숙하긴 했다. 그래도 목소리가 정말 윤기가 가득하니 듣기가 참 좋았다.
테너는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한 군데도 없었다. 무슨 성악가가 그렇게 호흡이 짧아! 고향의 노래에서 자기 멋대로 프레이징 잘라 먹고 소리도 고함지르듯이 내시고 고음 처리는 힘들어 보이고 표현력은 꽝이고. 성악 발성을 배웠다는 것 말고는 전혀 내세울 것이 없는 테너였다.
아. 오늘의 출연자 중 소프라노보다 더 돋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해설을 맡으신 장일범 씨. 라디오에서도 듣고 목소리 참~ 좋다 생각했었는데 직접 들으니까 정말 목소리 좋더라. 엄청 맑고 예쁜 미성 테너의 목소리를 가졌다. 진행도 정말 차분하고 지루하지 않게 잘 하셨다. 마지막 차이코프스키 곡 소개 할때는 제 2 주제를 잠깐 불러주시기까지 했는데 아.... 아름다웠다. 같이 간 사람의 표현을 빌면 '테너보다 훨씬 나았다'.
혹평이 가득한 공연평이로군.... 나쁜 오케스트라 때문에 괴롭긴 했지만 대중적인 곡이 많아서 클래식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와서 즐기기에는 나름 괜찮은 공연이 아니었나 싶다. 오케스트라가 박자라도 제대로 들어와줬어도 훨~~씬 즐거웠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