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과학교양서

뇌의 왈츠(1/14)

뇌의 왈츠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장호연 옮김 / 마티
나의 점수 : ★★★★★

너무 재미있어서 아껴 읽고 싶은 책이 있지 않은가. 책장을 넘기는 게 아까운 책 말이다. 이 책이 바로 그렇다. 정말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읽는 내내 매우 좋아서 어쩔 줄 몰랐고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도서관에서 빌려 봤는데 한 권 사서 소장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몇 안 되는 책. 강력추천! 특히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신나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영문판 제목 'This is Your Brain on Music'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우리 뇌가 음악을 어떻게 인지하는가에 관한 책이다. 음악에 관한 뇌과학, 인지심리학 쪽의 연구 결과를 많이 소개하고 있다. 이 분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별로 재미없을 수도 있었을 법한 내용을 다룬 이 책이 읽는 사람을 엄청나게 흥분시키는 책이 된 것은 바로 저자가 훌륭한 학자이기에 앞서 음악 애호가이자 탁월한 음악 프로듀서이기 때문이리라. 책 곳곳에 저자가 '사운드'에 대해서 얼마나 훌륭한 감을 가졌는지 드러나고 책 곳곳에 소개되는 수많은 음악은 저자가 얼마나 음악을 좋아하는지 잘 보여준다. 게다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책에 소개된 곡 일부분을 직접 들어볼 수도 있다! 나는 (침대에 누워서 읽느라) 책을 읽는 동안은 음악을 들어보지 못했고 책을 다 읽고 난 후 차례로 곡을 들어봤는데 그 짧은 부분만으로도 책의 각 부분이 떠올랐다. 한 구절구절 읽으면서 어떤 기분을 느꼈는지를 떠올릴 수 있었다. 이게 바로 음악의 힘이다.

한 장도 빼놓지 않고 유용한 내용이라 일부만 뽑아서 정리할 수가 없다. 그냥 읽어보시길. 음악의 기본 요소에 관한 물리적인 설명도 매우 유용했고, 음색을 만드는 요소들, 신시사이저의 원리 등도 재미있었다. '사운드'에 대한 저자의 경험이 언급되는 부분들도 좋았고 음악 이론에 대한 설명도 좋았다. 책을 사서 꼼꼼히 읽은 다음 마음에 드는 구절에 줄을 치고 까맣게 메모를 해놓아야지!

이 책을 읽으니 하고 싶은 것이 더 많아졌다. 음악의 기본 이론을 좀 더 알고 싶다. 귀를 더 예민하게 만들고 사운드에 대한 감을 키우고 싶기도 하다. 사실 제일 좋고 하고 싶은 것은 직접 연주하는 것이다. 그리고 예전부터 막연하게 느끼고 있긴 했는데 음악과 관련된 연구를 했더라면 지금보다 더 재미있게 연구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지금 하는 연구가 재미없다는 건 아닌데 이 책을 읽을 때만큼 나를 흥분시키지 않는다. 이 책의 모든 구절은 나를 흥분시키는데 내가 하는 연구는 그렇지 않다. 특히나 이론을 세우고 그것을 검증하기 위해 고안해내는 실험들은 정말 재미있어 보인다. 어느 정도 선에서 타협해야 할까?

더 읽어 볼 참고 자료(책에서 발췌)
- Boulanger, R. 2000. The C-Sound Book: Perspectives in Software Synthesis, Sound Design, Signal Processing and programming. Cambridge: MIT Press. 가장 널리 사용되는 소리 합성 소프트웨어에 대한 입문서. 음악을 만들고 자신이 원하는 음색을 만들어내기 위해 컴퓨터를 프로그램하는 법을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최고의 책이다.
- Pierce, J.R. 1992 The Science of Musical Sound, revised ed. San Francisco: W.H. Freeman 소리, 배음, 음계 등의 물리적 속성을 이해하고자 하는 일반인을 위한 훌륭한 연구서.
- Surmani, A., K.F. Surmani and M. Manus. 2004. Essentials of Music Theory: A Complete Self-Study Course for All Musicians. Van Nuys, Calif.: Alfred Publishing Company 훌륭한 독학용 음악이론 학습서
- Daniel J. Levitin. 1996. The modern art of studio recording. Audio, September, 46-52 현대 레코딩 기술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착각에 관한 글
- Daniel J. Levitin. 2002. Experimental design in psychological research. In Foundations of Cognitive Psychology: Core Readings, edited by D.J. Letivin. Cambridge: MIT Press 실험 설계와 '좋은' 실험 요건에 관한 글

by 날쌘도도새 | 2009/01/15 19:41 | 책읽는 나 | 트랙백 | 덧글(1)

신갈나무 투쟁기(12/7)

신갈나무 투쟁기
차윤정.전승훈 지음 / 지성사
나의 점수 : ★★★★

나무의 죽음을 재미있게 읽고 다시 집어 든 차윤정씨의 책이다(엄밀히는 차윤정씨 부부의 공동작품이다). 신갈나무의 탄생부터 죽음까지의 일대기를 딱딱하지 않고 아름답게 묘사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 책은 철저히 나무의 입장에서 쓰여졌다.' 그 나무의 입장에서 본 신갈나무의 일생은 너무나 처절하고 힘든 '투쟁'이다. 힘들게 땅에 뿌리를 내리고, 햇빛을 향한 경쟁에서 이기고, 자신을 탐하는 주변 동식물들 사이에서 살아남는 그 모든 과정은 나무가 운명처럼 겪어야 하는 감동적인 투쟁이다.
차윤정씨의 특징인 아름다운 문체는 이 책에서도 빛이 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그러면서도 '과학'을 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책은 문학책과 같은 서사의 아름다움을 지녔지만 동시에 훌륭한 과학교양서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단풍에 대해 설명할 때 복잡한 색소 이름을 나열하고 왜 단풍이 들게 되는지 과학적인 접근방식으로 설명을 한다. 하지만 설명이 전혀 딱딱하다거나 어렵지 않고 술술 읽힌다. 동시에 감동까지 준다.
이 책을 통해 한가지 새로 알게 된 재미난 사실. 레밍이 자살하는 이유는? 레밍이 먹는 풀에는 레밍의 소화를 방해하는 액이 들어 있단다. 레밍 떼가 증가하면 그 풀은 이 액체를 더 많이 만들어 내게 된다. 그러면 소화를 못 시켜서 체력이 고갈된 레밍은 먹을 것을 찾아 여기저기 미친듯이 떠돌다가 결국 바다나 호수로 뛰어들게 되는거란다.

by 날쌘도도새 | 2009/01/04 17:21 | 책읽는 나 | 트랙백 | 덧글(0)

진화의 외도(7/13)

진화의 외도
마티아스 글라우브레히트 지음, 유영미 옮김 / 들녘(코기토)
나의 점수 : ★★★
진화생물학은 참 재미있다. 그리고 진화생물학은 참 유능한 이론이다. 참으로 많은 일들이 진화생물학으로 설명이 된다. 캥거루가 왜 뜀뛰기를 하는가에서부터 시작해서 왜 우유를 소화시키는 효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유럽인들에게 더 많을까 까지 많은 일들이 '진화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서'라는 이론으로 설명이 된다. 이 책에는 그 외에도 어려가지 종에 관한 얘기들을 들려주고 그 종들이 그러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이유를 진화생물학으로 설명을 한다. 재미있고 쉽게 읽을 수 있는 과학교양서다. 하지만 제목은 잘못 지은 것 같다. 낚는 제목이다. 정작 외도에 관한 얘기는 수십개의 주제 중에서 겨우 두 꼭지만을 차지하고 있는데 말이다.

by 날쌘도도새 | 2008/07/13 18:04 | 책읽는 나 | 트랙백 | 덧글(0)

나무의 죽음(6/21)

나무의 죽음
차윤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나의 점수 : ★★★★★

차윤정씨의 다른 책 "숲의 생활사"를 정말 감동적으로 읽었기 때문에 이 책도 망설임없이 집어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나무의 죽음'에 관한 책이다. 그런데 나무의 '죽음'은 죽음이 아니다. 나무는 죽은 이후에 "다른 생물들의 삶으로 거듭난다." 다시 말하자면 나무의 죽음은 또다른 "탄생"인 셈이다.

나무는 살아 있을 때부터 이미 많은 생명을 품고 있다. 숲에 그늘을 만들고, 물기를 보금으며 생명의 터전을 만든다. 하지만 우리가 잘 모르는 것은 나무가 죽고 나서 더 많은 일을 한다는 것이다. 죽어가는 나무가 있어야 딱따구리가 살 수 있고 여러 곤충들이 살 수 있다. 죽고나서 오랜 시간을 버티던 나무가 쓰러고 나면 숲에 공간적 변화가 생기고 새로운 종들이 생겨난다. 곤충들이나 작은 동물이 몸을 숨길 공간이 생기고, 나무에 저장되어 있던 많은 양분들은 이들에게 풍성한 먹이를 공급한다. 나무에 의지하는 수많은 균류도 빼놓을 수 없다. 또한 죽은 나무는 물기를 잘 저장하여 숲 바닥을 축축하게 만든다. 나무가 죽은 후(저자에 따르자면 사실 나무는 살아있는 동안에도 죽음을 안고 있다. 나무 조직의 대부분은 이미 죽어있다.) 흙으로 완전히 분해되기까지 수많은 생명을 탄생시키며 그 과정은 한 편의 길고 아름다운 서사시와 같다.

이 책은 그 어떠한 생태학 교과서보다도 생태학을 잘 설명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모든 생물들이 어떻게 함께 살아가며(그것이 먹히고 먹히는 관계이더라도) 거기에 나무, 특히 오래되고 죽어가는, 또는 죽은 나무들이 어떻게 관여하는지, 그 모든 과정을 알게 된다. 이 책의 미덕은 아름다운 문체이다. 과학책의 문체가 어쩜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거지? 칼륨이니,칼슘이니하는 (대중에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과학용어를 꽤 많이 쓰고 있으면서도 어쩜 이리 쉽고 아름답게 글을 쓰는지! 하지만 문체의 아름다움이 이 책의 전부는 아니다. 과학책답게 저자는 과학적인 설명을 놓치지 않는다. 나무의 죽음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에 저자는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힌다. 예를 들어 나무가 물을 잘 저장한다라는 설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무의 구조는 어떤 식이고 그 세포의 구조가 어떻게 때문에 물을 잘 저장할 수 있다는 식으로 설명을 한다. 이것이 진정한 과학교양서가 아닐까! 내가 책을 쓴다면 이런 책을 쓰고 싶다. 대중에게 쉽게 나가갈 수 있는 과학서이면서도 문학적인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는 책. 이책은 내가 쓰고 싶은 책의 너무나 좋은 본보기이다.

단 한가지 아쉬운 점은 사진 자료가 좀 더 많았으면 하는 점이다. 물론, 여기도 사진이 많이 실려있고 하나같이 아름답지만, 간혹 저자가 설명하는 부분이 전혀 상상이 되지 않을 때가 있다. 도판을 좀 더 실었더라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by 날쌘도도새 | 2008/06/22 00:38 | 책읽는 나 | 트랙백 | 핑백(2) | 덧글(0)

침팬지 폴리틱스(5/11)

침팬지 폴리틱스
프란스 드 발 지음, 황상익.장대익 옮김 / 바다출판사
나의 점수 : ★★★★

진짜 재미있고 흥미로운 책. 역자 후기에서 역자들이 말했듯이 나도 처음에 제목을 보고 정치인들을 침팬지에 비유한 책인 줄 알았더니 정말 침팬지를 다룬 책이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인간만 정치를 하고, 인간만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편견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작은 침팬지 무리에서도 정치역학이 작용한다. 서열이 있고 서열을 유지하기 위해 낮은 서열의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야하고, 편가르기도 하고, 알력다툼도 있다. 이 모든 일들이 경쾌한 문체로 쓰여져 있어서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나저나 인간이고 침팬지도 참 성적인 동물인 것 같다. 침팬지의 경우는 그게 좀 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차이만 존재할 뿐. 화해를 하기 위하여 키스를 하고, 포옹을 하는 등 성적인 접촉을 하고, 상대방을 달래기 위하여 성기를 보여주고 성기의 냄새를 맡고 성기를 검사하고. 무덤덤한 문체로 쓰여진 저런 부분들이 정말 재미있었다. 그리고 실제 침팬지들을 보고 싶었다. 다큐먼터리 같은 것 말이다. Bert Haanstra의 <The Family of Chimps>라는 다큐멘터리, 기회가 되면 꼭 보고 싶다. 그리고 나도 아넴 동물원에 가서 침팬지 관찰해보고 싶다. 물론, 그들의 움직임을 제대로 읽기 위해선 엄청난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by 날쌘도도새 | 2008/05/14 13:54 | 책읽는 나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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