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eation(6/6) 즐기는 나

UCLA Chorale, Angeles Chorale, and UCLA Philharmonia
“The Creation” by Haydn
Saturday, June 6, 8 pm

Royce Hall. UCLA
Donald Neuen, conductor; Courtney Taylor, soprano; Daniel Suk, tenor;Steve Pence, baritone.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내 생애 세 번째 공연. 처음 모짜르트 레퀴엠을 한 기억도, Chamber Singers와 함께했던 Acis and Galatea 공연도 좋았지만 가장 최고는 이 공연.
연습 내내 Don의 열정과, 음악을 읽는 눈과, 그것을 설명하는 능력과, 그리고 단원들에게 그것을 끌어내는 카리스마, 무엇보다도 우리를 inspiring 하는 한 마디 한 마디에 감동했다.
첫 연습 때의 그 아름다운 소리들. 특히 훌륭한 테너와 소프라노 소리. 우리는 아마추어 합창단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훌륭한 합창단이었다.
처음 In the beginning God created Heaven and Earth 부분을 연습하던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지금도 이 곡은 처음 연습했을 때가 제일 잘 했다고 느낀다.) 안개가 걷히고 멀리서 음악 소리가 들려오고. let there be light... 라고 하자. and there was LIGHT!!!!!!!!! 하면서 세상이 열리는 그 느낌. 그 때 마음 속에서 Oh my God. We're damm so good. 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

리허설 때.
Angeles Chorale과 처음 맞춰서 그런지 소리가 약간 안 섞이고 약간 다르다는 느낌이 들긴 하더라. 특히 and the ... 하고 Sop.가 들어오는 부분이 생각보다 강해서 놀랐다. 하지만 처음 맞춰본 것 치고는 좋았다. 확실히 평균 연령이 많아서 그런지 소리가 더 성숙하더라. 30~40년씩 Angeles Chorale에서 노래 한 사람도 꽤 된다니 정말 대단한 합창단이다. 내가 혹시라도 LA에 살게 된다면 꼭 이 합창단에서 노래하리라 마음 먹었다.

오케스트라는 기대 이하. 합창단 수준이 워낙 높아서 오케스트라도 기대했으나 아주 훌륭하진 않았다. 학생이라고 생각하면 꽤 수준급이긴 하지만 최고는 아닌 오케스트라. 스트링은 평범하고 관이 많이 약했다. 특히 프렌치 혼은 구제 불능. 자꾸 삑사리 내고 박자도 못 맞추고... 목관도 오보랑 클라리넷이 조금씩 실수를 했다. 플륫 1 하는 애는 정말 잘하더라.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돋보였다. 제 2바이올린이나 첼로, 비올라, 베이스도 좀 별로. 나중에 알고보니까 전공자들이라고 해서 더 실망했다. 음대생이 어째서 이정도 실력밖에 안되는 것이냐! 파이프 오르간은 정말 좋았다. 오케랑 지휘자랑 많이 안 맞춰봤던 것일까. 지들끼리도 박자가 좀 어긋나서 불안 불안한 부분들이 몇 군데 있었다. 그리고 표현력이 떨어져. 교수님이 강조하는 표현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완벽하게 연주하지 못했다.

솔로이스트는 소프라노는 G이상의 고음에서 내가 싫어하는 흔들리는 발성이 나온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가볍고 예쁜 소프라노 목소리. 꽤 괜찮았음. 노래할 때 박자를 조금씩 늘이면서 하는 경향이 있어서 오케랑 박자가 좀 안 맞아서 그랬다.
바리톤은 소리 꽤 좋았다. 저음이 약한게 약간 불만이지만 뭐 바리톤이니까. 석조교는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별로. 목소리가 힘도 없고. 트리오에서 너무 묻혔다. 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솔로들 소리 보면 성악가는 다르긴 하더라. 중심이 있는 소리. 성대가 완전히 잡히고 울림도 좋고 호흡이 좋아서 아주 작은 소리로 노래를 해도 전달이 잘 되는 소리. 그런 소리를 대체 어떻게 내는 거지? 배우면 되는 건가? 연습하면 되는 건가? 아니면 타고 나는 건가. 그런 소리를 정말 내고 싶다.

리허설은 그렇게 끝났고 공연.
공연이 8시인데 입장, 퇴장도 안 맞춰보고 말로 지시사항만 주고 7시 40분에 집합이라는 것이 참 신기했다. 이런 것 보면 정말 프로 같다. 쓸데 없는데 시간을 쏟지 않고 그런 것은 당연히 알아서 잘 하는 것으로 기대하는 것.
공연이 시작되는데 역시 조금도 떨리지 않더라. 공연의 긴장감. 미친 듯한 떨림. 이런 것을 느끼고 싶지만 항상 공연 때가 가장 무덤덤하다. 그리고 정말 금방 지나간다. 시간을 붙잡고 싶지만 항상 흘러가 버린다.
하여간. 오케스트라는 집중한 덕인지 어제보단 훨씬 괜찮은 소리도 나더라. 박자도 훨씬 잘 맞고. 호른은 여전히 구제불능. 중간에 튜바가 엄청난 삑사리를 한 번 냈다. 합창단은 평소만큼 한 것 같다. 나는 전날 술을 마셨더니--;; 목 상태가 그닥 좋지 않아서 약간 속상했다.

솔로이스트들. 바리톤은 리허설때 너무 무리한 건가. 공연 때는 훨씬 못하더라. 소리가 덜 좋다. 트리오에서 너무 묻히기까지 했다. 소프라노는 리허설과 비슷하게 노래했다. 다만 무슨 곡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합창과 함께 하는 곡에서 실수를 했다.
소프라노가 8분음표 8개로 이루어진 마디를 노래하다가 한 박자를 완전히 빼먹고 넘어가 버렸다. 오케스트라와 소프라노는 한박자씩 어긋나서 연주를 하고 소프라노에 맞게 들어가야 하는 우리 합창단은 완전 긴장. 나는 이걸 대체 어디 맞춰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200명이 되는 합창단이 그 부분은 단체로 부르지 않았다. 그리고 소프라노는 다름 entrance에서 제대로 박자를 맞추고 합창단도 다음 entrance에서 제대로 들어갔다. 참 긴장되었지만 재미있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한마음이 되어서 노래할 수 있다니 놀랍다. 석조교는 리허설땐 목을 아낀 거였나보다. 가장 빛나는 솔로이스트였음. 소리 참 좋더라. 아.... 목소리 듣고 있으니까 참 행복하더라.

합창단이 일어났다 앉았다 하는 부분에서 200명이 동시에 앉고 일어나는 부분은 꽤나 큰 감동이었으리라. 내가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느끼는 것만으로도 좋더라. 다만 중간 부분에서 5~6명의 사람들이 악보를 잘못 보고 반 장정도를 앞서서 일어나는 실수가 있었다. 오케스트라는 2부에선 그새 집중력이 흐트러졌는지 다시 조금 안 좋아졌다. 그래도 좋았음.


마지막 final chorus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 Jehova's praise forever하면서 나오는 푸가 부분도 참 좋고. 특히나 마지막에 Je-ho-va's praise 하면서 지르기 시작해서 점점 긴장이 고조되는 부분은 최고다. 리허설때도 그 부분을 부르면서 감정이 벅차 올라서 살짝 눈물이 날 뻔했는데 공연때도 이 부분에서는 감정이 복받쳤다. 아~멘, 아~~멘!!! 라고 난 후의 그 울림좋은 로이스 홀에 가득 차 있는 잔향은 최고. 아.... 합창은 역시 떼창이 최고인 것인가. 좋은 홀에서 좋은 합창단과 노래 하니 잔향이 정말 사랑스럽더라.
좋았다. 행복했다.

공연 끝나고 Kiki와 꼭 사진 한장 찍어두고 싶었는데 다들 그냥 집에 가더라. 그건 좀 많이 아쉬웠다. 이렇게 좋은 공연을 같이 하고 서로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 채 가야한다는 건 속상한 일이다. 그나마 Hilary와 사진 한 장 찍었으니 다행.
한 학기동안 참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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