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들의 대한민국(1/3)

직선들의 대한민국
우석훈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나의 점수 : ★★★★

우석훈 씨는 정말 다작을 하는 작가이다. 이 책의 출판이 2008년 6월인데 88만 원 세대를 2007년 8월,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는 2007년 8월, 촌놈들의 제국주의는 2008년 6월, 게다가 괴물의 탄생은 2008년 9월에 냈으니 1년이 조금 넘는 기간에 무려 책을 5권이나 썼다는 건데. 정말 대단하다. 그리고 각각의 저서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면을 비판하고 새로운 문제제기를 한다는 점에서 좋은 책이다. 이 책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좋은 책이긴 한데 조금은 덜 여문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급하게 쓴 책이 아닌가 싶었다. 문제제기도 좋고 아이디어도 좋지만, 논리적인 전개 및 뒷받침이 조금은 부족한 듯 보였다. 근거를 확실히 제시하지 않고 '내 생각엔 대강 ~ 할 것 같다.' 라는 식의 주장이 좀 많다. 대중을 겨냥하고 쓴 책이라지만 학문적 엄밀성이 더해졌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너무 길어서 접음
이 책은 그의 전작에서와 비슷하게 한국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샌드위치 위기론이 조직론 문제를 다루고 촌놈들의 제국주의가 '평화'를 다루었다면 이 책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건설'을 다루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고부터 줄기차게 추진하는 대운하를 필두로 한 건설 뉴딜 정책에 대한 비판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건설'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비판서는 많았지만, 이 책이 다른 책과 차별화되는 점은 여기에 '미학'의 개념을 도입했다는 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가 말한 바로는 대통령을 비롯하여 온 국민이 건설 및 부동산에 목숨 거는 것은 일종의 미학이다. 그가 '건설미학'이라 이름 붙인 그것은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높디높은 새 건물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양이다. 오늘 신문에서 강남에 제2롯데월드 신축을 허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기사를 봤다. '랜드마크'를 위해서라면 고도제한도 풀겠다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 사회는 높은 건물에 열광하고 신축 건물에 열광하며 랜드마크에 열광한다. 한강변에 우뚝 솟을 555m의 건물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 그게 바로 건설 미학이다. 그리고 그 건설 미학이 우리나라의 부동산 바람, 그리고 건설 바람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대안은 무엇인가? 새로운 미학의 제시다. 저자가 '생태 미학'이라 부르는 새로운 미학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몫은 예술의 몫이다. 작은 것, 오래된 것, 구불구불한 것, 그리고 느린 것의 아름다움을 아는 것,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생태 미학이다. 밀고 새로 짓는 건물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것을 정비하는 것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 그게 생태 미학이다. 사람들의 가치관이 건설 미학에서 생태 미학으로 바뀌는 날이 오면 우리나라의 풍경도 훨씬 아름다워질까? 높게 들어선 아파트로 가득한 공간이 아니라 오래되고 낮은 건물들도 공존하는 곳으로 바뀔까? 정말이지 나도 저자가 얘기했듯 '경제의 시대'가 아닌 '아름다움의 시대'에 살고 싶다.

대운하에 대한 얘기도 인상적이었다. 나는 청계천은 환경과는 전혀 거리가 먼 정책이고, 대운하는 한마디로 정신 나간, 절대 해서는 안 될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4대 강 정비사업이니 뭐니 해서 계속 밀어붙일 추세이긴 하지만. 내가 궁금했던 건 조금만 생각해봐도 전혀 아닌, 이 정책을 왜 그렇게 쌍수를 들고 나서서 하려고 할까였다. 그래. 대통령으로서야 건설 붐을 일으켜서 일시적으로 경기 부양해보겠다는 근시안적인 시각을 갖고 있으니 그럴 수 있다고 치고. 그럼 다른 정부 관계자나 국회의원들은 바보라서 그걸 가만 보는 건가 했는데 나름의 논리가 있었다. 내가 처음으로 이해할 수 있는 (그렇다고 찬성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 논리가 어디서 나왔는지 알 것 같다는 뜻이다.) 대운하 찬성론자의 논리를 이 책에서 발견하게 될 줄이야. 저자를 따르면 대운하를 계속해서 검토하게 하는 힘은 두 가지다.

1. 전국적인 상수원 정책 및 확보의 문제 - 낙동강의 수질 관리 및 수량 부족의 문제다. 한마디로 한강 유역의 (상대적으로) 깨끗한 물을 낙동강 유역으로 주고 싶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해결책으로 운하를 생각해 낸 사람은 진짜 바보다. 운하를 하면 한강 유역의 물도 더러워질 것이 뻔한데. 청계천의 물이 맑고 깨끗하며 청계천 복원이 모범적인 환경정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다시 말해 '건설 미학'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주장에 흔들릴 것 같기도 하다.

 2. 치수 및 수질 관리의 문제 - 4대 강 정비사업에서도 줄기차게 주장하는 건데 홍수나 가뭄에 대한 치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홍수를 방지하려고 제방을 쌓고 토사가 누적되고 수위가 높아지고, 다시 제방을 더 높게 쌓고 이 과정을 반복하고 있는 게 현재 우리나라의 치수 정책이란다. 강바닥이 너무 높아졌으니까 이제 좀 긁어 내고 다시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고 그 김에 강들도 다 이어서 운하 만들면 되겠네 하는 것이 대운하 찬성론자의 주장이다. 역시 '건설 미학'의 눈으로 보면 수긍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방식은 전혀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 매년 강바닥을 긁어내고 다시 제방을 쌓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는 건데 그 비용을 강바닥에서 긁어낸 토사를 판 돈으로 메꾼다고 쳐도 더 큰 문제는 생태계다. 매년 생태계를 교란하겠다고? 결국, 한강부터 낙동강까지를 거대한 청계천으로 만들겠다는 것에 다름없다. 치수 문제는 다른 선진국에서 많이 도입하고 있듯이 자연형 하천으로 가고 상습적으로 수해를 입는 부분을 공용지로 만드는 해법이 제일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먼 미래를 보아도 타당하고.

어쨌거나 재미있게 잘 본 책이었다. 재생지로 만들어져 책이 매우 가볍다는 점도 이 책을 읽는 것을 즐겁게 만들었던 또 하나의 이유였다. 한 번쯤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by 날쌘도도새 | 2009/01/08 13:20 | 책읽는 나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monsecret.egloos.com/tb/478393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