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톤 김주택(10/31)

2008년 10월 31일 19:30
-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앙상블홀
- 바리톤 김주택
- PROGRAM
♬ F. Obradors              Del cabello mas sutil 부드러운 머릿결
♬ F. Obradors              Chiquitita la novia 작은 신부
♬ F. P. Tosti                 Non t'amo piu 더 이상 사랑하지 않으리
♬ F. P. Tosti                 Malia 매혹
♬ F. P. Tosti                 A Vucchella 작은 입술
♬ P. I. Tchaikovsky        Net, tol' ko tot, kto znal 다만 그리움을 아는 이만이
♬ P. I. Tchaikovsky        Serenade di Don Juan 돈 쥬안의 세레나데
♬ G. Verdi                   Tutte le feste al tempia 언제나 일요일엔 교회에서 (from opera "Rigoletto") (Sop. 홍은지, Bar. 김주택) 
---------------------- Intermission --------------------
♬ W. A. Mozart            Madamina 카탈로그의 노래 (from opera "Don Giovanni")
♬ V. Bellini                  Ah, non credea mirati 아 믿을 수 없어라 (from opera "La Sonnambula") (Sop. 홍은지)
♬ 김연준 시/김연준 곡  청산에 살리라
♬ 석호 시/조두남 곡     뱃노래
♬ 신흥철 시/신동수 곡  산아
♬ G. Verdi                   Cortigiani, vil razza dannata 가신들... 이 천벌을 받을 놈들아 (from Opera "Rigoletto")

 아! 최고의 공연이었다! 사실 갈까 말까 정말 고민했던 공연이었다. 혼자 가는 것도 조금 마음에 걸렸는데 공연장에 들어갔더니 관객들 대부분이 학교 후배나 동료들로 보이는 거다. 괜히 왔나 생각했는데 안 왔더라면 정말 후회했을 뻔 했다. 정말 최고의 공연!!!

 첫 두 곡은 아주 부드럽게 시작했다. 맨 앞자리라 그런지 소리 전달이 덜 되는 느낌이었다. 성량이 약간 작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목소리가 아주 부드럽고 좋았다. 특히 고음에서 피아노 할 때 falsetto를 약간 섞어서 소리를 내는 것이 아주 좋았다. 목소리가 정말 부드럽고 호소력있다. 중음도 괜찮은데 저음은 조금 약한 듯 했다. 중후한 맛은 조금 떨어지는 듯했다. 뭐 베이스가 아니니까.

너무 길어서 접습니다.

 처음 네 곡 정도는 포르테에서 좀 더 터져주면 했는데 약간 막혀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기본 성량이 좀 작은가 했는데 아니었다. 차이코프스키 곡부터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는데 정말 반해버렸다. 성량은 더 이상 신경쓰이지 않았고 표현력과 연기력이 아주 돋보였다. 표정, 손짓, 몸짓 하나 하나 흠잡을 데 없이 완벽 그 자체였다. 돈 쥬안의 세레나데에서 특히 연기가 돋보였다.막판에 날리는 키스와 눈웃음까지! 아.... 정말 막 소리를 지르고 넘어가고 싶었다. ㅜ.ㅜ 딕션도 정말 좋았다. 이탈리아에서 공부해서 그런지 특히 이탈리아어 딕션 정말 듣기 좋았다. 발음을 정말 잘 씹는다. 특히 '우' 발음. 깊이 있으면서 너무 먹지 않고 울림이 있는 완벽한 '우' 발음을 한다.

 돈 쥬안의 세레나데가 끝나고 소프라노가 찬조 출연해서 같이 리골레토에 나오는 듀엣을 불렀다. 특히 이 노래에서 성량 생각 딱 들어갔다. 엄청난 폭발력! 정말 Bravo였다. 남자가 너무 너무 잘해서 여자가 상대적으로 너무 죽었다. 남자는 노래는 물론이고 연기, 표정 모든 것이 완벽한데 여자는 목소리는 좋은데 발음부터가 뭔가 어색했다. 발성할 때 이빨을 가리며 입을 모으는 습관을 가졌는데 그게 굉장히 거슬렸다. 비브라토도 내가 싫어하는 비브라토이고 긴장도 잔뜩 한 것 같고 게다가 연기가 영~ 아니었다. 소프라노는 표정이 딱 하나다. 찡그리는 표정. 그나마도 매우 어색했다.그리고 손짓도 자연스럽지 못하고 뻗는 것도 아니고 어중간하게 손을 어디다 둘 지 몰라서 어설프게 가지고 있는 모습이였다. 그리고 가끔 손으로 박자까지 저었다. --;; 남자가 엄청나게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지만 않았더라도 그렇게까지 못했다는 생각은 안 들었겠지만 남자가 워낙 완벽에 가까워서 여자가 정말 비교되었다.

 인터미션이 끝나고 돈조반니에 나오는 카탈로그의 노래를 불렀다. 이 노래를 듣고서 정말 이 사람은 최고의 오페라 배우가 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연기력이 정말 돋보였다. 이노래는 익살스럽고 빠르게 노래해야 하는 노래인데 그것도 어찌나 잘 소화하는지. 정말 자기 노래다 싶은 느낌이 들었다. 소리를 내고 있는게 아니라 노래를 하고, 노래를 하는게 아니라 정말 오페라 속의 주인공이 된 느낌. 의상도 없고 소품도 없고 무대도 없는데 마치 한 편의 오페라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다음은 다시 그 소프라노가 나와서 노래를 했다. 소프라노는 정말 고음도 높이 올라가고 목소리는 좋은데 나머지가 안 받쳐준다. 일단 딕션과 연기가 별로다. 이 사람의 연기가 왜 그렇게 어색할까 관찰해 봤더니일단 코와 입은 노래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굳어있고 눈으로만 연기를 하는데 그나마도 어색하다. 게다가 비강공명이 너무 많다.특히 '에' 발음에서 비강공명이 너무 강해서 어색하게 들렸다. 그리고 자기가 곡을 지배하는게 아니라 곡에 끌려다닌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 발음이 둔해서 더 그런것도 있는 것 같은데 콜로라투라부분에서 민첩하게 하는게 아니라 계속 끌려다니면서 느려진다. 그러니까 하이 F를 계속 왔다갔다 하면서 내도 목소리가 좋다는 느낌만 들지 노래를 잘한다는 느낌이 들지가 않았다.

 소프라노의 노래가 끝나고 한국 가곡 세 곡을 연달아 불렀다. 아까 돈 조반니 중 아리아를 들으면서 가곡보다는 오페라가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가곡도 정말 잘 부른다. 최고라는 말 말고는 할 말이 없다. 아니 끽해야 23밖에 안 된 사람이어쩜 이렇게 훌륭한 표현력을 가질 수 있는거지? 어쩜 나이 한참 많이 먹은 가수들도 못 보여주는 그런 표현력을 보여줄 수있냐고. 일단 목소리에서 드러나는 표현력도 대단하고 게다가 표정, 동작! 감정이 온 몸에서 드러난다. 그리고 그 환상적인 딕션이라니. 내가 여태까지 들어 본 한국 가곡 중 가장 훌륭했다. 특히 딕션. 이렇게 한국어로 명확하면서도 듣기 좋게 노래하는 사람 처음 봤다. 자음, 모음, 정말 작은 구석이라고 흠 잡을 구석이 한 군데도 없었다. 특히 '청~산', '내', '세' 이런 발음들은 너무 완벽해서 소름이 돋았다. 가곡 세 곡이 분위기가 다 다른데 어쩜 이렇게 성격이 다른 노래를 하나같이 완벽하게 하는건지... 눈물을 흘리면서 감상했다. 혼자 온 게 너무 아쉬웠다.

 마지막 리골레토에 나오는 아리아도 역시 훌륭했다. 마찬가지로 무대 위에 리골레토가 등장해서 노래를 하는 것 같았다.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박수가 이어지고 앵콜을 세곡이나 했다.첫 곡은 Me voglio fa 'na casa 였고 두 번째 곡은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제목은 모르겠고 가사에 'andiamo'가 들어가는 아리아였다. 두 곡 모두 표정 연기가 작살이었다. Me voglio fa 'na casa는 나도 불러봤고 다른 사람 부르는 것도 많이 들어봤지만 이 사람이 부르는 것을 듣고 나니 나머지는 모조리 쓰레기와 같이 느껴졌다. 흑. 마지막으로 부른 곡은 CCM 같은데 제목이 '하나님 은혜'로 추정되는 곡이었다. 낮게 속삭이는 부분이 많이 나오는데 어찌나 감미로운지 또 입을 헤벌리고 봤다. 공연 다 끝나고 한다는 말이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았단다. 아니 이렇게 잘했는데 컨디션이 안 좋았다니!!!! 컨디션이 좋으면 얼마나 훌륭한 공연을 한단 말인지. 정말 내가 올해 본 공연, 아니 평생 본 공연 중 최고로 꼽을 수 있다. 바리톤 김주택 씨. 분명 크게 성장할 거다.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아직 23살이라는 것. 공연보고 너무 감동받아서 줄 서서 CD도 사고 사인도 받았다. 평생 간직해야지.

  아. 근데 반주는 정말 실망이었다. 반주가 노래를 못 받쳐준다. 특히 돈 쥬안의 세레나데에서 음이 뭉개지고 소리가 명료하지 못하고 가수는 노래를 덜 끝냈는데 반주는 여운이 사라지기도 전에 미리 끊어버렸다. 몽유병의 여인 중 아리아 반주 할 때도 음을 어찌나 뭉개는지... 반주 전공이라던데 어떻게 그렇게 밖에 못하는지. 정말 별로였다.

by 날쌘도도새 | 2009/01/05 13:07 | 즐기는 나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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