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29일
촌놈들의 제국주의(11/28)
촌놈들의 제국주의우석훈 지음 / 개마고원
나의 점수 : ★★★★
참 오랜만에 봤던 책이고 다섯번째로 본 우석훈씨의 책이었다. 88만원 세대,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에 이은 한국경제대안 시리즈의 3권이기도 하다.
이 책은 정말 신선한 내용으로 가득찬 책이었다. 저자는 한국의 자본주의는 이제 외부의 식민지를 필요로 하는 제국주의 단계에 달했지만 우리나라는 제국주의를 경험해 본 적도 없으며 하려고 해도 능력이 안되는, 말하자면 '촌놈들의 제국주의'의 상태에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제국주의를 원함에 따라 군비지출은 늘어나고 있으며 나라를 둘러싼 지정학적 상황도 전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평화를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이 책을 관통하는 큰 주제이다.
그동안 평화를 주장하는 책은 많이 읽었지만 평화를 경제학적인 개념으로 접근한 책은 처음이었다. 저자는 평화를 '공공재'의 개념으로 본다. '무임승차자의 딜레마'이라는 경제학의 유명한 비유에서 볼 수 있듯이 공공재의 경우 외부효과가 존재하기 때문에 아무도 값을 치르려 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평화도 일종의 공공재이기 때문에 있으면 우리 모두에게 이익이 되지만 평화가 존재할 때의 이익이 평화를 위하여 비용을 지불한 사람에게만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평화를 위하여 비용을 지불하고 싶어하지 않게 된다. 이렇게 외부효과에 의한 시장실패가 발생할 경우 경제학에서는 피구세와 같은 개념을 도입하여 외부 효과를 내부로 전환한다. 저자는 평화에 대해서도 이러한 접근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즉, 평화를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보다 평화를 유지하며 얻는 이익이 더 큰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평화와 관련된 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그 사회는 평화를 유지하기가 더 쉬워진다.
특히 이 논의는 한,중,일 3국 관계에서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한/중/일 3국은 모두 팽창하는 시장과 자원을 필요로 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는 날로 발전하며 세계 시장을 잠식하고 또 많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나 일본 경제도 마찬가지이다. 3국의 경제 구조는 서로의 시장을 점유하면서 싸우고 서로가 가진 자원을 뺏는 방향으로 짜여져 있다. 게다가 3국은 안 좋은 과거사를 공유하고 있으며 북한이라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를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특히 한/중/일 3국에 있어 평화는 아주 불안한 균형점일 뿐이다. 그래서 더욱 3국의 평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평화 인프라의 예로는 3국의 교육문화 교류 프로그램인 에라스무스 프로그램 같은 것이 있다. 이것은 일종의 학생교육 교환 프로그램 같은 것으로 이를 통하여 문화나 사회 각 분야의 평화 인프라를 구축하자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러한 문화적 프로그램의 힘을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있는데 나는 이 효과에 대해서 조금 의문이 든다. 내가 보기에 한중일 3국의 교육은 교육 자체에 평화를 담고 있지 못하다. 이런 상태에서 학생을 교환한다고 해서 과연 평화 인프라가 구축될까? 오히려 타국 체류의 경험을 통하여 상대에 대한 무시 혹은 증오만 커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든다. 물론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저자가 자신의 저서를 통하여 줄기차게 교육의 개혁을 외치고 있긴 하다. 저자가 제시한 다른 대안으로는 경제적인 측면의 평화 인프라로서 외환위기가 발생했을 때의 공동 대처 기금인 '한중일 경제안전기금' 같은 것도 있고 궁극적으로는 유럽처럼 한중일 역내 경제통합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주장한다. 나 역시 이러한 경제적인 인프라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선의만 가지고 행동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경제적 인센티브만큼 좋은 인센티브는 없는 것 같다. 유럽경제가 통합됨에 따라 유럽 내부에서 항구적인 평화를 유지하려는 힘이 커진 것처럼 한중일 3국도 불안한 균형에서 벗어나 항구적인 평화체제로 들어갈 수 있길 바란다.
가장 인상적인 구절: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국민경제란 무엇인가'에 대해 여러 가지 정의를 시도해본 적이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궁극적이며 중요한 정의는 '전쟁 없는 경제'였다.
# by | 2008/11/29 13:43 | 책읽는 나 | 트랙백 | 핑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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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석훈씨는 정말 다작을 하는 작가이다. 이 책의 출판이 2008년 6월인데 88만원 세대를 2007년 8월,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는 2007년 8월, 촌놈들의 제국주의는 2008년 6월, 게다가 괴물의 탄생은 2008년 9월에 냈으니 1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무려 책을 5권이나 썼다는 건데. 정말 엄청나다. 그리고 ...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