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26일
싸구려 모텔에서 미국을 만나다(10/5)
싸구려 모텔에서 미국을 만나다마이클 D. 예이츠 지음, 추선영 옮김 / 이후
나의 점수 : ★★★★
여행기라고 생각하고 집어 들었던 책이었는데 평범한 여행기는 아니었다. 저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배낭을 매고 전국을 떠돌아다니는 여행을 한 것도 아니었으며 게다가 이 책에서 여행은 별로 강조되어있지 않다.
저자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던 교수이다. 굳이 얘기하자면 좌파 경제학자랄까? 저자는 노동계급 출신으로 계급의 문제와 노동의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가 되자 모든 것을 정리하고 떠나기로 결심한다. 저자가 처음부터 모텔을 전전하는 여행을 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에서 일하게 된다. 자기가 살던 집을 정리하고 부인과 함께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에서 직원으로 일하게 된다. 만일 저자가 단지 그동안 모아 놓은 돈을 가지고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으로 여행을 떠나거나 혹은 근처에 집을 얻고 몇 달간 머물렀다면 이 책은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저자는 직접 임금노동자가 되어 자신이 가르치고 설파하던 노동의 문제를 몸소 체험한다. 국립공원 측은 - 좀 더 정확히는 국립공원을 위탁 경영하는 어떤 회사 - 충분한 돈을 지불하지 않으며 따라서 일자리의 대부분은 외국인 노동자가 차지하게 된다. 이들은 저임금, 비싼 방값, 질나쁜 식사에 시달리고 있으며 하루종일 육체노동 및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오면 밤에는 쉴 수 밖에 없다. 자유시간이 꽤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은 내일을 위해 쉬어야 하는 시간이 되지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은 되지 못한다. 질나쁜 식사와 환경으로 인하여 이들은 병에 걸릴 확률이 많지만 의료보험이 제대로 없기 때문에 병에 걸려고 참게 된다. 그러다가 운이 나쁘게도 큰 병으로 발전하게 되면 더 바닥으로 추락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얘기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그들이 게으르고 미래를 준비하지 않기 때문에 게으른 것이라고. 하지만 저자가 관찰했듯이, 가난한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것이다.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에서 4개월정도를 보낸 후 저자는 맨해튼, 포틀랜드, 마이에미비치 등에서 체류하며 그 지역을 관찰한다. 마지막으로 진정한 여행객이 되어 싸구려 모텔에서 음식을 해먹으면서 미국을 도는 여행도 한다. 이 책의 제목인 '싸구려 모텔에서 미국을 만나다'는 이 여행에서 나온 것이다. 다른 도시에서 머물고 또 차로 미국을 돌면서 저자는 환경, 노동, 불평등이라는 문제로 그 지역을 관찰한다. 좋은 곳에 별장을 얻으려는 움직임이 어떻게 그 지역의 경관을 망쳤으며 또 그 지역의 집값을 올렸는가에 대해서 논의하기도 하고, 인종문제가 어떻게 계급의 문제와 연관되게 되는가를 관찰하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굉장히 흥미있는 관찰이었으며 간혹 나오는 미국의 아름다운 경관에 대한 묘사도 좋았다. 미국이라는 사회가 구조적으로 어떠한 문제가 있는가를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책이었다. 특히 여행기 중간 중간 삽입된, 불평등, 노동, 환경이라는 심층분석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 by | 2008/10/26 18:38 | 책읽는 나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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