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9/15)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
우석훈.박권일 지음 / 개마고원
나의 점수 : ★★★★

88만원세대에 이은 한국경제대안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경제학에서도 비교적 새로운 분야인 '조직론'에 대한 책이다. 역시 상당히 어려운 내용을 풍부한 사례와 함께 읽기 쉽게 책으로 펴낸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우리나라 기업은 중국이 아래서 치고 올라오고 일본이 위에서 가로막고 있는 샌드위치 위기에 처해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저자는 '샌드위치 위기가 기업위기의 본질이 아니며 정치적 담론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진짜 문제는 내부에서 찾아야지 외부의 상황에 돌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 '샌드위치 위기론'은 언제나 참이 될 수 밖에 없는 명제이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세계 최고의 기업이 아닌 이상 모든 기업은 상위에 존재하는 기업과 하위에 존재하는 기업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어있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기업의 본질은 경쟁이다. 당연한 현상을 가지고 위기라 말한다면 우리 기업은 절대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그렇다면 기업의 진짜 문제는 무엇이며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서 저자는 '조직론'이라는 학문을 도구로 이용한다.

'조직론'은 기업이나 학교, 가정 등 모든 조직을 다루는 학문이다. 예를 들어 조직 내부의 효율성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조직을 어떻게 설계하여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다룬다. 기업도 하나의 조직이고 그것도 아주 복잡한 조직이므로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조직을 효율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필요한데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것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그러면서 현재 조직론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그것을 기업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여러 조직에 적용한 사례를 보여주는데 아주 재미있다. 조직론에 대해서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이 좋은 개론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책 후반부에 저자가 제시한 한국 기업이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극복해내야 할 다섯가지 키워드는 모두가 고민해 볼 가치가 있는 문제이다.
1. 캐비어 자본주의 극복하기 - 현재 우리나라는 개인이 기대하는 경제수준이 너무 높아져있다. 높은 사교육비 및 부동산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다. 이 두 문제가 극복되지 않는다면 개인은 자신이 받는 월급을 희생해가면서 일자리를 늘이는데 동참하려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나오는 두 문제이긴 한데, 이 두가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다고 생각한다.
2. 귀공자 자본주의의 함정에서 빠져나오기 - 기업들은 신입사원을 뽑을 때 높은 토익점수, 학점 등을 기준으로 둔다. 문제는 기업들이 선호하는 엘리트들은 모두 비슷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귀공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주변을 둘러봐도 좋은 대학 나와서 어학연수 받고 영어 잘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부모를 잘 만난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되면 조직내의 다양성이 저해되고 이는 창조력의 저하로 이어지기 쉽다. 게다가 '승자'만을 모아 높은 집단에서는 내부경쟁이 지나치게 강화되어서 조직 내부의 협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3. 여성과 함께 일하는 법 배우기 - 이 문제는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현재 조직의 구조에서는 여성이 가정을 포기하지 않으면 높은 자리로 올라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주말을 희생하고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 것이 일을 열심히 하는 척도가 되고 밤늦게까지 하는 회식자리에서의 친화력이 승진을 결정한다는 것은 정말 문제가 있다. 게다가 아직도 '여자가 나오는' 술집에서 접대를 하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다. 여성은 여성이기를 포기하거나(즉, 출산을 포기하고 가정에서 '엄마'가 되는 것을 그만 두어야 한다.) 승진을 포기해야 한다. 이러한 관행은 남성에게도 해가 된다. 가족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없어서 가족에게서 소외받는 것이 요즘 아빠들이다.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엔 여러가지가 있지만 저자가 제안한 두가지 방식이 크게 와 닿는다. 먼저, 접대문화의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 룸싸롱에서 소비하는 돈의 일부만 모성보호에 투자한다면 그 직장은 여성이 훨씬 일하기 좋은 직장이 될 것이다. 그리고 노동시간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파트타임 근무가 활성화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은 일주일에 두 번 정도만 일할 수 있다면 아이를 낳기 위하여 커리어를 망치는 여성이 줄어들 것이다. 물론 파트타임 근무가 잘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조직을 잘 짜는 것이 중요하겠고 저자가 강조한 대로 직업의 안정성이 뒷받침 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4. 지역과 잘 지내는 법을 배워야 한다 - 기업의 영속성 유지를 위해서는 지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5. 중소기업과 일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 몇번을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는 부분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절대적인 희생으로 먹고 산다. 납품가 후려치기나 기술 빼오기 등등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얼마나 막 대하는지는 모두가 잘 알고 있다. 토요타의 사례에서 보듯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신뢰를 기반으로 한 협력관계를 가질 때 중소기업은 생산성이 증가하고 대기업은 그 혜택을 입을 것이다.

어려운 주제를 비교적 쉽게 잘 풀어낸 책이기는 하지만 저자가 글을 조금만 더 잘 썼더라면, 아니면 좋은 편집자를 만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비슷한 내용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부분이 많고 지나치게 강한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는 느낌도 든다. 책 전체가 좀 더 유기적으로 연관성을 가지고 있을면 좋을텐데 어딘지 모르게 좀 산만한 느낌이 있다. 좋은 책인데 좀 더 완성도가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뻔했다.

마지막으로 인상깊은 구절 하나,
“아직까지 한국 CEO들은 1970~80년대의 영향을 받아서 책을 평균 일주일에 두 권씩은 읽지만, 정작 CEO가 희망이라고입에 달고 다니는 20대 귀공자들은 한 달에 한 권도 책을 안 읽는다. 이런 사람들이 국제 경쟁에서 이기겠다고 말하는데, 전혀그럴 것 같지 않다.”
반성하자__;;

by 날쌘도도새 | 2008/09/16 22:01 | 책읽는 나 | 트랙백 | 핑백(2)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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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촌놈들의 제국주의 우석훈 지음 / 개마고원 나의 점수 : ★★★★ 참 오랜만에 봤던 책이고 다섯번째로 본 우석훈씨의 책이었다. 88만원 세대,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에 이은 한국경제대안 시리즈의 3권이기도 하다. 이 책은 정말 신선한 내용으로 가득찬 책이었다. 저자는 한국의 자본주의는 이제 외부의 식민지를 필요로 ... more

Linked at 나의 비밀 노트 : 직선들의 .. at 2009/01/08 13:20

...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나의 점수 : ★★★★ 우석훈씨는 정말 다작을 하는 작가이다. 이 책의 출판이 2008년 6월인데 88만원 세대를 2007년 8월,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는 2007년 8월, 촌놈들의 제국주의는 2008년 6월, 게다가 괴물의 탄생은 2008년 9월에 냈으니 1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무려 책을 5권이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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