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핀란드에 있다(8/22)

미래는 핀란드에 있다
리차드 루이스 지음, 박미준 옮김 / 살림
나의 점수 : ★★★
북유럽은 관심의 대상이다. 어떻게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세나라 모두가 그렇게 수준 높은 사회복지제도를 유지하고 잘 살고 게다가 삶의 질도 높을 수 있는지. 특히 ebs 지식채널e에 소개되었다는 핀란드 교육에 관한 얘기를 듣고(보지는 않고 신문에서 기사만 읽었다) 이 나라가 정말 궁금해졌다. 그러다가 도서관 신착도서 목록에서 우연히 발견한 것이 이 책이었다.

그런데 역시나 제목이 낚는 제목이었다. 제목을 보면 핀란드가 왜 그렇게 수준 높은 삶의 질을 누리게 되었는가에 중점을 두었을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다. 이 책은 핀란드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에 초점을 둔 책이라기 보다는 핀란드에 대해서 사실적으로 소개한 책이다. 핀란드라는 나라의 기원부터 시작해서 역사, 지정학적 위치, 국민성 등을 차근차근 설명하며 핀란드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어떠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그 사람들을 대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대체 출판사에서는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긴 한 건가? 어쩜 이렇게 전체 주제랑 전혀 맞지 않는 것을 제목이라고 내세웠는지. EBS 다큐에서 시작한 핀란드 배우기 열풍에 동조해보려는 것으로 밖에 안보인다. 영문판 제목인 Finland, Cultural Lone Wolf와 전혀 다르잖아!

이 책을 꿰뚫는 가장 큰 주제는 핀란드의 국민성이다. 영문판 제목 Finland, cultural lone wolf 에서 볼 수 있듯이 핀란드 사람들은 간섭받기 싫어하고 개인적이고 내향적이지만 내면에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어찌보면 동양인의 성격을 가졌다고도 할 수 있다. 직설적인 것만 빼고. 근데 난 민족성이니 국민성이니 운운하면 왜 이렇게 거부감이 들까. 과연 민족성이라는 것이 정말 그 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불변의 무언가라고 할 수 있는건가? 민족성만큼 실체가 없고 바뀌기 쉽고 주관적인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우리나라도 예전에만 해도 양반 문화의 영향을 받아 느긋한 민족성을 가졌다고 할 수 있었겠지만 요즘은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빨리빨리를 외치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같은 나라 사람들이 과연 동일한 성격으로 묶여질 수 있긴 한건가? 내성적인 프랑스 사람과 외향적인 핀란드 사람 중 과연 핀란드 사람이 더 내성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가. 다행히도 저자는 민족성이라는 것이 평균적인 개념이라고 강조를 하고 지나가긴 했다. 그래서 마음이 좀 편해졌다.--;;

내가 가장 재미있게 본 부분은 핀란드어에 관한 부분. 어미가 자꾸 변한다는 점은 한국어의 조사와 매우 비슷해 보였다. 영어나 중국어처럼 단어의 위치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분석적인 언어가 아니라는 점도 비슷하다. 다만 우리나라 말과 많이 다른 점은 단어가 매우 길다는 것. 그런데 궁금한 건, 단어가 길고 짧은게 과연 그렇게 큰 의미를 지닌 것일까 하는 점이다. 만일 한국어 문장을 띄어쓰기 하지 않고 길게 늘여쓴다면 역시 긴 단어를 만들 수 있는 게 아닌가? 단어의 위치에 따라 문장의 의미가 변하지 않는다면 띄어쓰기 여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아닌가. 언어학을 공부해보면 의문을 풀 수 있을까?

어쨌든 핀란드 사람들이 대단하기는 하다. 운도 좀 좋았고. 핀란드는 어찌보면 지정학적으로 굉장히 안좋은 위치를 갖고 있다. 열강(스웨덴과 러시아) 틈바구니에 끼어서 망하기 딱 좋았던 나라다. 하지만 외교적 중립을 잘 지켜서 양쪽으로부터 좋은 것을 다 얻은 것 같다. 러시아를 등에 업고 스웨덴을 견제하고, 스웨덴으로부터 서유럽의 제도를 배우고. 그리고 러시아의 넓은 시장을 바탕으로 경제를 발전시키고. 일본-중국이라는 큰 나라에 낀 우리나라가 핀란드의 외교술을 조금이라도 배우면 좋으련만...

by 날쌘도도새 | 2008/08/24 21:40 | 책읽는 나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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