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7월 13일
거짓말의 진화(7/12)
거짓말의 진화엘리엇 애런슨.캐럴 태브리스 지음, 박웅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나의 점수 : ★★★★
내 기억이 '내가 그것을 했다.'라고 말한다. 내 자존심은 '내가 그것을 했을 리가 없다.'라고 말하며 요지부동이다. 결국 기억이 굴복한다. - 니체
니체의 말은 이 책의 주제를 한마디로 설명한다. 자신의 행동과(혹은 자신이 접한 정보) 자신의 가치관이 다를 때 '인지부조화'가 발생하게 된다. 인지부조화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자기 정당화'라 불리는 행동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자신의 가치관과 다른 행동을 하게 되었을 때 우리는 인지부조화라는 괴로운 과정을 경험하게 되고 자신의 가치관, 혹은 자신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기보다는 자신의 행동을 부정하는 쪽으로 자기정당화를 하게 된다. "내가 그것을 했을리가 없다" 라고 부정하며 거짓말을 늘어놓거나 다른 핑계를 만들어 "나는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어"라고 정당화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시간이든 돈이든 노력이든 불편이든 결정의 대가가 클 수록, 그리고 그 결과를 물릴 수 없는 정도가 높을수록 부조화는 커진다'는 점이다. 또한 '자신이 내린 결정에 따르는 좋은 것들을 과도하게 강조함으로써 부조화를 줄일 필요성도 커진다.' 예를 들어 클럽에 입회하는 의식을 아주 어렵게 만들수록 입회절차를 통과한 회원들은 클럽을 더 좋아하게 된다. 한마디로 들인 것이 많이 때문에 그 노력을 정당화하려는 마음도 커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방금 전 비싼 차를 산 사람에게는 절대로 그 차에 대해서 물어서는 안된다. 자신이 큰 돈을 지불하고 그 차를 샀기 때문에 그 사람에게는 그 차를 산 것이 최고의 선택일 수 밖에 없다.
일단 자기정당화가 시작되고 거짓말이 시작하면 이 거짓말은 진화할 수 밖에 없다. 주변에서 그에 어긋나는 증거를 제시해도 그것을 애써 무시하게 된다. 자기정당화를 많이 하면 할 수록 인지 부조화는 커지므로 계속 자신의 입장을 고수할 수 밖에 없다. 부쉬가 이라크 침공이 성공적이었다고 계속해서 주장하는 것, 그리고 신정아씨가 자신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계속 얘기하는 것, 수많은 정치인들이 자신의 말이 거짓말이라고 절대 얘기하지 않는 것은 다 이 때문이다.
또한 자기정당화는 기억까지 조작한다. 사람의 기억은 진실이 아니다. 주변에서 듣고 경험한 것, 생각한 것이 모두 기억에 영향을 미친다. 인지부조화를 해결하기 위해 기억까지 바꾸는 예도 많이 있다. 그러니까 어쩌면 신정아씨는 자신이 정말로 진실을 말한다고 믿고있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가끔 정치인이나 유명인사들이 하찮은 선물 따위를 받기 위해서 자신의 정치생명을 내거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사람들은 고작 사소한 것을 얻자고 자신의 명성을 버리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이해부조화 이론에 따르면 이것은 '한 번에 한 걸음씩'이라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작은 호의는 쉽게 받아들인다. 예를 들어 로비스트에게 점심 접대를 받거나 의사가 제약회사 영업사원에게 볼펜을 얻는다거나 하는 식의 호의는 누구나 쉽게 받아들이고 정당화한다. 그리고 그 강도를 조금씩 강하게 하면 ~도 했는데 ~는 안 할 필요가 무엇이 있겠는가 하는 식으로 자기 정당화가 작용하게 된다. 그래서 남들이 보기에 굉장히 큰 유혹까지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는 인지부조화 이론 및 자기정당화로 설명가능한 인간의 여러 행동들이 더 많이 나온다. 정말 재미있고 한편으로는 무섭다. 우리 모두가 쉽게 자기정당화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마지막 장엔 자기 정당화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나온다. 실수를 용납하는 사회 분위기 만들기, 부조화와 더불어 살기, 회의적인 태도 취하기 등으로 자기정당화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재미도 있고 배우는 것도 많은 좋은 책이다. 추천~
# by | 2008/07/13 18:03 | 책읽는 나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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