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죽음(6/21)

나무의 죽음
차윤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나의 점수 : ★★★★★

차윤정씨의 다른 책 "숲의 생활사"를 정말 감동적으로 읽었기 때문에 이 책도 망설임없이 집어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나무의 죽음'에 관한 책이다. 그런데 나무의 '죽음'은 죽음이 아니다. 나무는 죽은 이후에 "다른 생물들의 삶으로 거듭난다." 다시 말하자면 나무의 죽음은 또다른 "탄생"인 셈이다.

나무는 살아 있을 때부터 이미 많은 생명을 품고 있다. 숲에 그늘을 만들고, 물기를 보금으며 생명의 터전을 만든다. 하지만 우리가 잘 모르는 것은 나무가 죽고 나서 더 많은 일을 한다는 것이다. 죽어가는 나무가 있어야 딱따구리가 살 수 있고 여러 곤충들이 살 수 있다. 죽고나서 오랜 시간을 버티던 나무가 쓰러고 나면 숲에 공간적 변화가 생기고 새로운 종들이 생겨난다. 곤충들이나 작은 동물이 몸을 숨길 공간이 생기고, 나무에 저장되어 있던 많은 양분들은 이들에게 풍성한 먹이를 공급한다. 나무에 의지하는 수많은 균류도 빼놓을 수 없다. 또한 죽은 나무는 물기를 잘 저장하여 숲 바닥을 축축하게 만든다. 나무가 죽은 후(저자에 따르자면 사실 나무는 살아있는 동안에도 죽음을 안고 있다. 나무 조직의 대부분은 이미 죽어있다.) 흙으로 완전히 분해되기까지 수많은 생명을 탄생시키며 그 과정은 한 편의 길고 아름다운 서사시와 같다.

이 책은 그 어떠한 생태학 교과서보다도 생태학을 잘 설명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모든 생물들이 어떻게 함께 살아가며(그것이 먹히고 먹히는 관계이더라도) 거기에 나무, 특히 오래되고 죽어가는, 또는 죽은 나무들이 어떻게 관여하는지, 그 모든 과정을 알게 된다. 이 책의 미덕은 아름다운 문체이다. 과학책의 문체가 어쩜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거지? 칼륨이니,칼슘이니하는 (대중에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과학용어를 꽤 많이 쓰고 있으면서도 어쩜 이리 쉽고 아름답게 글을 쓰는지! 하지만 문체의 아름다움이 이 책의 전부는 아니다. 과학책답게 저자는 과학적인 설명을 놓치지 않는다. 나무의 죽음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에 저자는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힌다. 예를 들어 나무가 물을 잘 저장한다라는 설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무의 구조는 어떤 식이고 그 세포의 구조가 어떻게 때문에 물을 잘 저장할 수 있다는 식으로 설명을 한다. 이것이 진정한 과학교양서가 아닐까! 내가 책을 쓴다면 이런 책을 쓰고 싶다. 대중에게 쉽게 나가갈 수 있는 과학서이면서도 문학적인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는 책. 이책은 내가 쓰고 싶은 책의 너무나 좋은 본보기이다.

단 한가지 아쉬운 점은 사진 자료가 좀 더 많았으면 하는 점이다. 물론, 여기도 사진이 많이 실려있고 하나같이 아름답지만, 간혹 저자가 설명하는 부분이 전혀 상상이 되지 않을 때가 있다. 도판을 좀 더 실었더라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by 날쌘도도새 | 2008/06/22 00:38 | 책읽는 나 | 트랙백 | 핑백(2)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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