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6월 02일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5/31)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정희진 지음 / 또하나의문화
나의 점수 : ★★★★
"아내 폭력"을 다룬 책. 원래는 석사학위 논문으로 쓴 글인데 더 다듬어서 책으로 난 것이라고 한다. 읽으면서 정말 많이 분노했던 책, 또한 정말 무섭고 두려워졌던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아내 폭력"을 다루는 기존의 연구들을 비판하고 "아내 폭력"은 여성의 정체성을 아내, 어머니, 며느리 등 가족의 구성원으로만 규정하는 한국 사회의 구조에 의해 지속, 재생산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먼저, 저자는 "아내 폭력"은 특별한, "어떤 미친 놈"들이 저지르는 그런 일탈현상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가부장제도 속에 내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내 폭력"을 비정상 행위로 보는 것은 "아내 폭력"이라는 지극히 사회적인 현상을 개인적인 문제로 돌리게 한다. 저자의 비유를 빌리자면 "전 국민의 1% 정도가 절도 피해를 입었다면 누구도 그 피해를 개인적인 문제로 돌리지 않겠지만 거의 모든 통계에서 50% 이상이 경험하는 아내 폭력은 여전히 개인적인 일로 간주된다." 게다가 "폭력 남편"들은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들이다. 이들은 가정 밖에서는 착하고, 친절하며 주변사람들에게는 인정받는 사람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아내들은 폭력에 대응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남편 들은 자신이 폭력을 행사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아내를 때리는 것을 남편의 역할 수행으로 간주한다.
둘째, 저자는 "아내 폭력"을 대할 때 빠지지 않는 논리인 "맞을 짓"을 해서 맞았다는 논리를 비판한다. 아내들은 가사 노동을 불성실히 했다는 이유로, 시집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남편이 원할 때 성관계를 갖지 않았다는 이유로, 혹은 과거 때문에, 남편의 권위에 대들었다는 이유로 맞는다. 때로는 정말 아무 "이유"없이 맞기도 한다. "맞을 짓"에 대한 기준은 전적으로 남편이 정하며 이 기준은 늘상 변하기 때문에 아내를 절대 이 기준을 만족시킬 수 없다. 즉, 남편이 원하면 맞게 되는 것이다. 때로 피해 여성들은 "내 잘못으로 인해 맞았다"라고 생각하며 고통을 견디기도 한다. 폭력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해서 자기가 더 잘하면 안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절대 승산이 없는 싸움을 계속하게 되는 것이다.
셋째, 저자는 "아내 폭력"을 가족주의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을 반대한다. 기존의 "아내 폭력"에 대한 대안은 가정을 유지시키고 가정 내에서 해결하는 것에 집중해왔다. "아동/노인 학대는 피해자 개인의 권리 침해로 이해되지만, 아내 폭력은 여성의 인권보다는 가족 해체에 대한 우려가 더 우선시된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아내 폭력"은 사회의 개입보다는 부부간이 심리적 문제로 경시된다. 아내들은 폭력 가정에 머물러 있으면서 참고 인내하면서 폭력을 견뎌내기를 강요받는다. 이들이 폭력 가정을 탈출하지 못하는 큰 이유는 자녀들이다. 아직도 "폭력 가정"보다는 "이혼 가정" 혹은 한부모 가정을 훨씬 이상한 가정으로 보는 사회의 시선 때문에, 혹은 아이들이 맞을까봐, 아내들은 가정을 탈출하지 못한다. 혹시나 용감하게 폭력 가정을 탈출한 아내들은 모성이 부족한 어머니로 평가받는다.
"아내 폭력"이 왜 무섭고 다른 폭력과 다른 가는 다음의 구절에서 절실히 드러난다. "다른 종류의 폭력과는 다르게 "아내 폭력"에 있어서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폭력 의지를 조절, 교정할 수 있다고 믿으며 심지어 아내는 남편이 폭력을 "쓸 수 밖에 없는" 심정과 상황까지 이해해야 한다. 그러므로 이때 동정과 지원을 받아야할 "불쌍한" 사람은 피해 여성이 아니라 가해 남편이 된다."
정리하면, 이 책은 "아내 폭력" 문제를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 인권의 문제로 접근하려고 한 책이다. 저자는 폭력 남편과 피해자 아내를 인터뷰한 사례들과 함께 제시하며 자신의 주장을 펼쳐나간다. 사례들은 여기에 언급하지 않겠다. 사례들이 너무나 어이가 없고 그 정도가 심각해서 읽는 내내 마음이 정말 무거웠고 또 무섭고 두려워졌다. 폭력이 특별한 가정의 일이 아닌 이상 과연 나는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 남편을 만날 수 있을 것인가 걱정도 되었다. 게다가 폭력 남편들은 지극히 정상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이고 학력이 높은 경우도 꽤 많다는데 대체 나는 무슨 수로 안 그런 남편을 만날 수 있지? 물론, 첫번째 폭력이 발생했을 때 단호하게 대처하고 그러한 일이 되풀이 될 경우 절대 가정 안에 머물러 있지 않고 밖으로 나가 도움을 요청하겠다고 굳게 다짐하지만 그래도 무섭다. 경찰도 폭력 문제를 가정의 일로 간주하고 제대로 신고를 받고 처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 더욱 무섭다. 아직도 수많은 아내들이 맞고 있겠지? 아내를 가정의 부속품으로 취급하는 사회의 인식이 어서 바뀌고 법과 제도도 정비되었으면 좋겠다. 가장 먼저 이혼 가정을 문제있는 가정으로 보는 우리의 시선부터 바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
# by | 2008/06/02 17:13 | 책읽는 나 | 트랙백 | 핑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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