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제이미 제파 지음, 도솔 옮김 / 꿈꾸는돌
나의 점수 : ★★★★
타자의 눈으로 보기엔 세상에서 더없이 순수하고 가난해도 행복해 보이는 나라. 그들에게 '그 모습이 보기 좋으니 개발을 거부하고 가난하게 살아'라고 말하는 것이 옳은가? 타자가 아닌, 일하는 사람, 가난한 사람으로서 그 나라 국민이 된다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여행책 중에서 흔치 않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
제이미 제파, 나보다 더 소비 세계에 익숙해져 있던 그가 부탄에 가고는 비움의 중요성을 마음으로 느낀다. 이방인의 눈으로 그 나라를 볼 수 밖에 없다고 해도 그래도 좋으니 나도 그렇게 변화되어 보고 싶다.
아. 그리고 중간에 작가는 성추행이나 학생을 매로 심하게 때리는 상황에 접한다. 그때 과연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참 어려운 문제다. 그들의 문화라고 존중해주어야 하나? 이방인이 간섭을 하는것이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것인가 아니면, 가만히 보고 있는 것이 더 무책임한 일일까....
본문스크랩p.340-341
디니는 부탄의 풍경에 대한 나의 사랑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신은 어떤 것을 이곳에 투영하고 있는 거예요. 그것은 당신이 문화 속에 없다고 느끼는 것들이죠. 이를테면 산업화 이전의 세계나 자연과의 교감, 샹그릴라 같은 이상향들이죠."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정말로 평화와 만족은 느끼고 있어요." "그리고 가난하죠." "맞아요. 물질적으로 가난하죠." 그녀의 말에 동의하면서 나는 이렇게 덧붙였다. "하지만 비참하진 않아요." "그것이 무엇이 다르죠?" 나는 시골 사람들의 삶이 어렵고 부족한 게 많지만, 그들은 진정으로 자신들이 가진 것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그들의 믿음, 곧 물질적인 부에 대한 욕망과 개인의 소유가 고통으로 이어진다는 믿음 때문일 거라고 했다. 디니는 그들이 만족하는 이유는 지금 가진 것이 그들이 아는 모든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 이곳 사람들의 생각이 얼마나 깊이가 있겠느냐고 디니는 물었다. 그러면서 말했다. 그들의 생활은 선택이 아니라 환경에 의해서 주어진 것이라고. 만일 차와 냉장고, 비디오를 가질 수만 있다면, 그들은 기꺼이 그것을 가지려고 할 것이다. 이곳에 세계 시장의 굉장한 물건들을 풀어 놓는다면, 모든것이 빠른 속도로 변할 것이다. / 디니는 부탄 인들이 스스로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들이 바퀴 달린 쟁반을 원한다면 왜 그걸 가져선 안 되죠? 당신은 부탄이 소비재 수입을 금지하길 원할 거예요. 그것들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마술적인 세계에 대한 당신의 별난 환상을 망쳐 버릴 테니까요. 말하고 보니 수많은 환경론자들이 인도에 와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고 떠드는 것이 생각나네요. 그런데 인도인들도 원한다면 차를 가질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모든 미국인들은 차를 갖고 있는데, 그것에 대해선 말하지 않는군요." "생각해봐요. 당신의 마음속에서 부탄은 당신이 원하는 어떤 것으로도 될 수 있어요. 하지만 부탄이 진정 무엇인지는 부탄 사람들 만이 알고 있어요."
p. 342
부탄을 낭만적으로 보기는 너무나 쉬웠다. 풍경은 우리에게 대답할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다. 당신이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말해 줄 수 없다. 이곳의 삶은 당신의 생각과 다르고, 만일 당신의 모든 조각들을 덧붙인다 해도 상황은 조금도 좋아지지 않는다고 말해 줄 수 있다. 내 삶은 이곳에 매여 있지 않았기 때문에 풍경을 좋아할 수 있었다. 이곳은 내가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다른 삶을 위한 경치 좋은 배경일 뿐이다. 내가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 척박한 땅을 일궈서 간신히 먹고 사는 농부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 나는 풍경을 좋아했지만, 그곳의 삶은 원치 않았다.
p.414
부탄에서 내가 가장 강한 인상을 받은 것은 일상 생활 모두가 여전히 의미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곳의 생활은 이해할 수 있는 크기고 이루어져 있었다. (중략) 부탄에서는 작은 것들이 여전히 사람들의 삶에 차이를 가져다 주고 있었다. 이를테면 마을에 깨끗한 물을 전달하는 수도관, 예방 접종과 임산부의 검진을 해주는 기본 의료 시설 같은 것이 그런 역할을 했다.
이따금 내가 일반적인 부탄의 마을에 대해 설명해 주면 주변 사람들은 감탄하면서 너무 멋진 곳이라고 했다. 그들은 내가 한 때 믿었던 부탄의 모습을 믿고 싶어했다. 그것은 시간의 안개 속에서 사라진 세계, 내가 2년 전 도서관에서 흑백사진을 보면서 처음으로 상상한 동화의 세계였다. 하지만 동화 속에는 깨끗한 물이 나오지 않는 마을이나 이질과 결핵에 걸려 네 살짜리 아이가 죽는 마을은 나오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 점에 대해서는 듣고 싶어하지 않았다. 또한 내가 캐나다의 삶을 비판하는 것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더욱 깨끗하고, 단순하고, 안전하고, 건강한 세계를 원했지만, 아무도 자신의 삶의 어떤 것도 포기하려고 하지 않았다. 한 사람도 버스를 타려고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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