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6월 02일
언니네 방(6/1)
언니네 방언니네 사람들 지음 / 갤리온
나의 점수 : ★★★★
털어놓고 공감하고 상처를 치유한다. 이 책은 그 흔적들은 담고 있다.
온실 속 화초같이 자라만 온 나는 성폭력이나 성추행을 당해보지도 않고 딱히 여자라서 불이익을 심각하게 당해본 적도 없다. 내가 운이 굉장히 좋았더나 혹은 참 무디었던 거지. 그렇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믿었다. 그릇된 믿음이었지만.
피해자가 된 사람들은 그 사실을 털어놓는 일을 굉장히 힘들어한다. 주변의 반응 - 피해자가 가해자야.- 때문이기도 하고... 혼자 고민하고 괴로워하다가 세상을 향해 말하기로 결심한 '생존자'들의 증언을 들으면서 내가 만일 그런일을 당한다면 절대 혼자 끙끙대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보다 용기있게 대처하자. 내 잘못이 아니니까.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가 떠올랐다. 나 역시 내 잘못이 아님에도 부끄러워하고 쉽사리 말할 수 없었던 적이 있었음을. '나는 그런 일을 당한 적이 없어'라고 생각해왔던건 스스로의 위안이었을지도 모른다. 강간은 아니니까 괜찮아. 그렇게 생각했는지도 모르지. 그때 나는 제대로 사과조차 받지 못했고, 그 XX같은 놈이 별 의미없이 그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문화적 차이일지도 모른니 내가 이해해야 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속으로는 너무 싫고 화가 났으면서 제대로 표현도 못하고 끝까지 예의를 차린 채 마저 더 얘기를 하다가 웃는 얼굴로 헤어졌다. 어쩌면 항상 이런 식이었을지도 몰라. 내가 원치않는 일을 당할 때도 '에이, 별 의도 없이 한 일인텐데 뭐...이 정도는 그냥 넘어갈 수도 있지' 하고 "착한 여자"가 되어 별일 아닌 것으로 만들어버렸는지도. 어쩌면 스스로 나도 그런 일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별일 아닌 것으로 하고 덮어뒀는지도 모르지. 그렇게 잊어버렸는지도. 하지만 이.제.는. 달라질 수 있다. 앞으로는 보다 용기있게 대처할 것이다.
아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성적이거나 육체적인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의 고백만을 담고 있는 책은 아니다. 푸념하고 털어놓고 이해받고자 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담고 있다. 즐기는 성을 억압받아온 여성들에게 그것의 소중함을 얘기하기도 하고 말이다. (나에게는 매우 어렵지만 말이다.) 여자들이건 남자들이건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그런 책이다.
# by | 2006/06/02 10:49 | 책읽는 나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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